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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월 02일
*몇 주 전부터 자바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건 자바어를 꼭 잘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도무지 알 수 없는 자바 사람들의 뇌구조를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것이다. 시작하긴 했는데 (한숨)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일단 자바어는 최소한 4개의 높임말 체계가 있다. 한국어의 높임말 구조와도 비슷하지만 자바어는 한술 더 떠서 제일 위의 높임말인 크로모Krama 와 고코 ngoko의 단어가 아예 다르다. 한국어는 적어도 동사에 '시'를 덧붙이면 높임말이 된다 이런 정도인데 이건 아예 굉장히 달라보이는 말들이 같은 뜻이지만 상대방에 따라 다른 단어를 써야만 한다. 내가 반말 지꺼리는 내뱉을까 할까 두려워하시는 자바어 선생님은 실수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높임말인 크로모부터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궁중용어 같은 것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자바 사람이라도 젊은 세대들은 크로모를 그다지 잘 구사하지 못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도무지 듣기와 말하기가 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결책을 발견하였으니 그것은 매주 족자의 술탄 궁전인 크라톤에 가서 무작정 앉아 있는 것이다. 크라톤에서는 모두 크로모만 쓴다. 이렇게 매주 가다보니 크라톤에서 일하는(일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죽때리고 계시는) 노인들 중 한두분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하여 이를테면 공짜 크로모 강의가 시작되었다. 덤으로 크라톤에 공짜로 들어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자바어의 독특한 발음 구조는 유럽 언어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R 발음은 영어의 그것보다 훨씬 오버해서 혀를 드르륵 떨어주는 수준으로 굴려야하고 전체적으로 언어가 너무 음악적이라고 해야할까? 인도네시아어의 단순하고 평이한 발음 구조에 비하면 이 언어의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한 데가 있는 억양은 내가 흉내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어떤 지점에 있는 듯 하다. 언어를 배우면 좀더 '자바'가 이해가능한 것이 될 것인가? 하지만 나는 아직 크로모의 늪에서 헤매고 있으니 그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 1월말에 시작한 학기가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벌써 지난 주 한 과목 중간 시험을 봤다. 영어-인도네시아 번역이었는데 시험이 어째 생각보다 꽤 쉽다 싶었는데 시험지를 낼 때 쯤에 내 시험지가 다른 아이들의 것과 좀 아니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인도네시아어가 서툰 나를 위한 선생님의 배려라고나 할까. 전인교육이 따로 없군.(달리 말하면 이곳에서 나는 늘 특별대접을 받는다. 이미 그것이 몸에 배어서 특별 대접을 안 받으면 이상할 정도로. 빨리 '아무 것도 아닌'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정신을 차릴텐데 말이다. * 매일 비가 온다. 지겹다. 그런데 아직 우기가 두 달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2008년 02월 01일
2008년 01월 29일
며칠 전 베짝을 타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내가 족자를 사랑하는 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지 하는 어떤 느낌이 확 몰려왔다. 어디에 살건 외로움은 늘 함께 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겠다’라는 느낌이 훨씬 자주 든다. 족자에는 다른 리조트화된 동남아 관광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어떤 독특함이 있다. 그것이 어쩌면 족자가(나름 국제적 관광도시임이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미지의 곳으로 남아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학교에 다니거나 현지조사를하는 외국 친구들은 곧잘 이런 얘길하며 깔깔거린다. 엄마가 아는 사람한테 우리 애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 있다고 하면 그 사람 얼굴이 바로 blankface가 된다고. 우리 엄마도 아마 마찬가지일 듯. 누군가에게 내가 살고 있는 족자가 바로 이런 곳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베스트를 꼽아본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 말리오보로 거리Malioboro부터 크라톤Kraton까지 베짝becak 타기, 비가 오면 절대 안된다. 낮의 열기가 아직은 조금 남아있지만 베짝을 타고 달리면 선선한 저녁의 공기가 느껴져야 한다. 성격 좋으면서도 너무 느리지않은 베짝 아저씨와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를 하며 낄낄댈 수 있다면 금상첨화. 오토바이와 젊은이들의 북적거림과 거리의 음악가들과 말똥 냄새, 밥 볶는 소리, 독특한 억양과 발음의 자바어, 거리 상점의 바틱 치마들….. 족자스런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파노라마로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우기지만 비가 안오는 날 기가 막히게 예쁜 해질녁 노을을 보며 크라톤Kraton 안 동네들 걸어다니기. 이제 해도 넘어가고 선선해지려고 할 때쯤 크라톤 안의 동네를 걸으면 정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이지만 결코 옹졸하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집들을 구경하고, 의자를 내놓고 죽때리고 있는 동네 노인들에게 길을 묻는 척 하며 말을 걸어볼 수도 있고, 귀신이 자주 나온다는 외진 길을 가슴 졸이며 걸을 수도 있다. 북쪽 광장alun-alun utara에서 시작해 남쪽 광장alun-alunselatan에서 끝마치면 저녁 산책으로는 만점. 눈을 감고 남쪽 광장에 있는 두 그루의 보리수나무를 통과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지만 재미 삼아 또 시도해보고 생강차 마시기.
3. 보로부두르Borobudur에서의 해돋이. 제대로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지출이 필요하다. 보로부두르 옆에 있는 마노하라 호텔의 선라이즈 패키지에 참여하는 것이 그것 방법. 원래 새벽 6시 이후에야 입장이 가능한데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4시 30분 경에 먼저 들여보내준다. (선물로후레쉬제공-_-) 해뜨기 직전의 변화무쌍한 하늘의 움직임과 아침 안개 그리고 사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덤으로 꼭대기 열반Nirvana 영역의 부처님 앞에서 108배라도 드리고 오면 그 느낌은 더더욱 가중됨.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피어오르는 날 오토바이타고 파랑트리티스Parangtiritis 가서 바다 보며 나시고렝Nasi Goreng 먹기. 그냥 무작정날씨가 좋으면 안되고 뭉게구름이 막 피어 오르는 날이어야 한다. 차를 타기보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바다와 가까워지면서 공기의 흐름과 냄새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끼면서해변까지 가야한다. 해변 입구에서 대충 보고 실망하지 마시라. 파랑트리티스의 진면목은 해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볼 수 있다. 거침없는 파도를 바라보며 해변의 와룽에서 나시고렝을 먹는 것도 별미. 폭포 쪽 퀸 오브 사우스 호텔에 올라가면 정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족자 사람들에게 파랑트리티스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갖는 곳이다. 그리고 파란 옷을 입고 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파도에 휩쓸려간다는 전설이! 파도가 세서 수영은 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파랑트리티스 해변이 별로라고하는데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바다가 꼭 선탠하고 서핑하는 휴양지스런 바다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모기리Imogori에서 싸롱 입고 술탄들 무덤에 참배드리기. 이모기리는 족자와 솔로의 역대 술탄들이 묻히는 묘지로 끝도 없이 많이 계단을 걸어올라가야만 한다. 족자식 바틱으로된 싸롱을 입어야만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싸롱을 빌려입어야 한다. 신발도 벗고 맨발로 다녀야하는데 맨발로 햇빛에 달궈진 길을 걷는데 익숙치 않다면 고생 좀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제일 중앙에는 족자 사람들이 신처럼 모시는 술탄 아궁Sultan agung의묘가 있는데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보면 이 곳이 ‘명당’임을 알 수 있다. 이모기리 근처에는 바틱 마을이 있어서 시내에서 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질 좋은 바틱을 살 수 있다. 한밤중에 역시오토바이 타고깔리우랑에 가서족자 야경구경. 깔리우랑은 한국으로 치면 한강 고수부지 내지는 미사리 같은 곳이라고 해야 할까. 므라피 화산 중턱에 자리 잡은리조트 같은 곳이다. 밤중에 가보면 젊은 연인들이 밀회를 즐기고 있는 광경을 곳곳에서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맥락은 무시하고 므라피 화산 중턱에서 족자의 야경을 보고 카페에 | ||||||